세월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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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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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리는 현실과 동떨어져 있는 무지개가 아니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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大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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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8-10 12:32:39, 조회 : 9,210, 추천 : 1097 |
[종교春秋] 템플 스테이
본격적인 휴가철이다. 산과 바다는 인산인해를 이루고, 오고 가는 길은 짜증의 연속이다. 땅은 좁고 인구밀도는 높다보니 어쩔 수 없는 일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개선의 여지는 있다. 우선 휴가철이 7월말 8월초에 몰려 있는 것이 문제이다. 계절따라 색다른 정취를 느낄 수 있도록 다변화하는 일이 필요하다. 다음으로는 휴가의 의미를 되새기는 일이다. 말 그대로 몸과 마음을 쉬고 재충전의 기회를 삼아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먹고 마시고 떠드는 일이 꼭 휴가라고 생각하는 것이 문제다. 오락을 의미하는 리크리에이션(Recreation)이라는 글자를 뜯어 보면 반복을 뜻하는 리(Re)에다 창조를 의미하는 크리에이션(creation)을 합성한 단어다.
즉 재창조, 회복, 원상복귀 등을 함축하고 있지 않은가. 따라서 지나친 향락과 소비로 일관하는 휴가 개념은 바뀌어야 한다. 조용히 나를 성찰하고 혼자만의 고독을 되씹는 일이 바로 휴가의 참 뜻이라고 생각한다.
주5일제 근무가 본격적으로 시행되면서 가장 득을 많이 본 종교가 불교일 것이다. 명산대찰이라는 곳이 주로 심산유곡에 자리 잡고 있어 평소보다 많은 방문객을 맞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사찰별로 3일출가, 일일선방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내놓아 일반인들의 불교 접근이 한결 용이해졌다. 도시인은 본의 아니게 자연과 멀어진 삶을 살 수밖에 없다. 살인적인 소음, 적막한 콘크리트 벽속에서 우울한 나날을 보낼 수밖에 없다. 회색의 암담한 빌딩 숲속에서 자연을 느끼는 일은 불가능하다. 그러나 산에는 자연의 내음과 맛이 있다. 스치는 바람소리, 시냇물 소리에 지친 영혼은 갈증을 푼다. 덧없이 스러지는 낙엽들은 인생의 의미를 암시해주는 무언의 교시이다. 흙을 밟고 흐르는 물에 발을 담그는 그 일상적인 일들마저 정겹고 흐뭇한 것이 바로 자연속의 인간의 모습이다.
그래서 선사들은 “평상심이 도(平常心是道)”라고 말한다. 진리는 현실과 동떨어져 있는 무지개가 아니라 바로 살아 숨쉬는 삶의 그 현장속에 있다는 뜻이다. 그런 의미에서 산사의 하루는 많은 교훈을 안겨준다. 탈속(脫俗)의 멋을 마음껏 누리면서 진정한 의미의 휴식을 즐길 수 있는 것이다.
흔히 종교의 사회적 기여를 평가할 때 사회복지 사업을 그 표본으로 삼는다. 물론 종교가 지켜야 할 곳은 사회의 그늘진 곳이다. 그러나 본질적으로 보면 종교는 사회의 양심을 대변해야 한다. 종교를 통한 인격도야는 보이지 않는 큰 힘이다. 따라서 불교는 언제나 중생의 편에 있어야 한다. 다시 말해서 사회가 불교를 위해 있는 것이 아니라 불교가 사회를 위해 있어야 하는 질적 변환을 도모해야 한다. 그동안 불교는 그 원론적 가치를 등한시해온 점이 적지 않다. 큰 절 짓고 불상 새로 안치하고 법회에 많은 대중들을 모으는 일은 결코 불교 발전이 아니다. 오히려 진실한 인간의 내면을 일깨우고 소리없이 선행을 닦는 일이야말로 불교가 가진 사회적 기여의 단면일 수 있다.
한국불교는 1천6백여 성상을 한민족과 함께 살아왔다. 유구한 역사성은 민족종교라는 안도감을 주지만 동시에 전통과 현실에 안주하는 무감각한 안일의 타성에 빠질 수도 있다. 따라서 불교는 언제나 ‘새롭게’ 해석되어야 한다. 새롭다는 것은 여태까지 없던 신교리(新敎理)를 만든다거나 전통의 무게 위에 새로운 옷을 입힌다는 뜻이 아니다. 오히려 오늘의 문제를 불교적 시각에서 조명하고 그 해결방법을 강구하는 평범한 인식을 말한다. 그때 비로소 불교의 현실적 응용이 가능하다. 우리의 현실이 어렵고 복잡하다는 것은 그만큼 종교의 영역이 확대될 수 있다는 뜻이 된다. 이제 불교도 변해야 한다. 시대가 변하는 속에서 혼자만 변하지 않는 것은 곧 퇴보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정병조 동국대교수·한국불교연구원장
[기사 출처] 종교신문 2005/08/08 1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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