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곡가 나운영. 21세기 찬송가 발행을 앞두고 그의 찬송가 삽입여부가 마지막 쟁점이 되고 있다.
한국찬송가공회의 ‘21세기 찬송가’(가칭) 발행 시기가 지연되고 있는 가운데 작곡가 나운영(1922~1993)의 찬송가 삽입이 마지막 쟁점이 되고 있다. 이는 나운영이 찬불가를 지었던 경력 때문으로 교계 내에서도 이에 대해 찬·반 양론으로 나눠진 상황이다.
기독교인인 나운영은 연세대학교 음대 학장을 지낸 바 있으며 1992년에는 한국성음악협회장에 취임해 음악발전에 공헌한 작곡가다. 특히 그의 곡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찬송가로, 널리 알려진 ‘여호화는 나의 목자시니’를 비롯해 ‘부활절 칸타타’ 등 1100여개에 달하는 찬송가가 있다.
당초 나운영의 찬송가 3곡이 21세기 찬송가에 포함될 예정이었으나 한국찬송가공회의 구성원인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총회는 “찬불가를 지었다”는 이유로 이를 반대, 현재 발행을 앞둔 21세기 찬송가에서 나운영의 곡이 빠질 위기에 처했다.
당시 반대입장을 폈던 통합총회 내 한 목사는 “불상을 찬양하고 찬미하는 곡을 만든 사람의 곡이 찬송가에 들어갈 수는 없다”며 “성경에도 ‘우상과 하나님을 동시에 섬길 수 없다’고 돼 있지 않느냐”는 의견을 말했다.
하지만 “나운영이 왜 찬불가를 지었느냐”하는 점에 대해서는 아직 명확한 이유가 밝혀지지 않은 상태. 한국찬송가공회 김우신 총무는 “이미 고인이 된터라 당시 어떤 생각으로 찬불가를 지었는지를 알 수 없는 상황”이라며 “그러나 들은 바에 의하면 ‘찬송가의 멜로디를 본따 찬불가를 지었다’고 한다. 이를 볼 때 불교에 기독교를 알리려는 의도가 있었던 것으로 추측된다”고 말했다.
또 김 총무는 “현재 불교에서는 나운영 선생이 작곡한 곡이 불려지지 않은 것으로 안다.”며 “이유는 알 수 없지만 불교에서도 기독교인이 지은 찬불가를 아무런 거부감 없이 부를 수는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김 총무에 의하면 한국찬송가공회를 구성하고 있는 교단들 중 통합총회를 제외한 나머지 교단들은 나운영 찬송가가 21세기 찬송가에 삽입되는 것에 특별히 반대하지는 않는다. 이는 기독교 찬송가에 대한 나운영의 공로가 큰만큼 실수가 있었지만 21세기 찬송가에서 그의 곡을 뺄 정도의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서울교회(통합) 이종윤 목사는 “나운영 선생이 찬불가를 지은 것에 회개하며 이후 죽는날까지 1000곡이 넘는 찬송가를 작곡했다.”는 나운영 아들과의 전화통화에서 알게된 내용을 밝힌 후 “성경의 다윗도 범죄를 저질렀으나 그의 시는 시편을 통해 성경에 기록됐다. 나운영 선생이 찬불가를 지었지만 그것을 회개했으니 찬송가에 실리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이 목사는 “나운영의 찬송가를 21세기 찬송가에 실을 것”을 노회에 헌의했고 노회가 총회에 이를 헌의, 통합총회는 오는 26일부터 열리는 제 90회 정기총회에서 이에 대한 최종 결정을 내릴 예정이다.
한국찬송가공회 김우신 총무는 “새 찬송가가 발행되려면 이 문제(21세기 찬송가에 나운영의 찬송가 삽입여부)가 하루빨리 해결돼야 한다.”며 “이것은 한국찬송가공회의 주요 구성원인 통합총회의 결정에 달려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