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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악전사 4천만 양성, 별난 짓 같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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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大雲
(Homepage) |
2013-11-05 15:22:11, 조회 : 2,959, 추천 : 683 |
“국악전사 4천만 양성, 별난 짓 같겠지만 30년뒤 봅시다”
[한겨레가 만난 사람]
‘서울아리랑페스티벌’의 주역
윤영달 크라운해태제과 회장
▲ 윤영달 회장이 경기도 양주시 아트밸리 안에 있는 카페 정원에 전시된 미국 작가 작품에 앉아 있다. 그는 유산으로 받은 양주시 장흥면 일대 100만평의 땅을 지난 15년 사이 조각가들과 직원들이 함께 만든 작품들로 가득 채운 ‘예술의 계곡’으로 변신시켰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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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양주시 장흥면 가마골, 복합예술단지인 송추 아트밸리 100만평의 계곡이 내려다보이는 고갯마루에 자리한 크라운해태 연수원에 지난달 25일 들어섰을 때, 무척 호탕한 웃음을 터뜨린 이가 있었다. 바로 제과전문그룹 크라운해태의 윤영달(68·사진) 회장이었다. 그는 10년째 금요일마다 열어온 ‘국악의 날’을 맞아 어김없이 초대 손님들과 함께하고 있었다.
이날은 러시아 실내악단 거쉰콰르텟이 창단 23년 만에 처음 한국 공연을 온 길에 ‘깜짝 방문’을 했다. 단원들은 양주 특산 막걸리와 청국장으로 점심을 마치고 크라운해태 소속 락음국악단의 궁중 정악과 창작곡 등을 감상한 뒤 우리 대중가요 ‘마법의 성’까지 즉석 연주로 답례를 했다. 윤 회장은 며칠 뒤 전체 직원들을 위한 특별공연을 요청해 승낙을 받았다.
음악 전문가도 아닌 윤 회장이 올해 처음 열린 ‘2013 서울아리랑페스티벌’을 기획해 제안하고 조직위원장까지 맡아 성공시킬 수 있었던 연유를 미뤄 짐작할 수 있는 장면이다. ‘아리랑’의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를 기념한 이번 페스티벌은 9월14일부터 지난달 13일까지 한달 가까이 서울 도심 곳곳에서 펼쳐져 연인원 10만여명이 참여했다. 국악의 대중화와 더불어 우리 전통문화 콘텐츠를 활용한 새로운 축제의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는 마주 앉자마자 ‘국민 100살 시대 국악전사 4천만 양병설’부터 펼쳤다. “지금은 별스러운 짓처럼 보이겠지만 30년쯤 뒤에는 내 뜻을 알아줄 겁니다.”
인터뷰/김경애 기자 ccandori@hani.co.kr
-‘국악전사 양성 프로젝트’의 구체적 구상을 들려 달라.
“지난봄부터 2년 과정으로 ‘아트밸리 아카데미-국악공부’를 개설했다. 알음알음 찾아온 30명이 모였는데 서로 잘 모르는 사이여서인지 호흡을 맞추는 데만 한 학기를 보냈다. 앞으로는 60살 이상 은퇴자들을 대상으로 동창생이나 친구들처럼 ‘이무로운(친숙한) 사람들’로 반을 꾸릴 생각이다. 평균 100살까지 살게 된다는데, 자칫 장수가 천복이 아니라 천벌이 될 수 있다. 국악 명인들 얘기로는, 원로들 대부분이 아흔살 이상 장수를 하실뿐더러 치매를 앓는 분도 없다고 한다. 우리 음악을 꾸준히 하면 몸도 마음도 건강해진다는 뜻이다. 수료생 한 사람 한 사람을 중심으로 또다시 10~15명의 지인들로 팀을 꾸려 전파를 하다 보면 언젠가는 4천만이 모두 국악과 인연을 맺지 않겠나.”
-1998년 외환위기로 부도 위기를 맞았을 때 홀로 북한산에 올랐다가 들려온 대금의 청아한 소리에 마음을 위로받은 체험을 계기로 국악에 빠져들었다고 들었다. 물리학을 전공하고 줄곧 선친의 가업을 이어 ‘과자’ 회사를 경영해온 이력을 보면 특별히 음악이나 예술 쪽과 인연도 보이지 않는다. 우연한 계기만으로 국악 마니아가 됐다는 게 이채롭다.
“우리 민족한테 음주가무의 유전자가 있다고들 하지 않는가. 나도 5~6살 무렵부터 조부의 무릎 아래서 시조창을 들었던 기억이 지금도 선명하다. ‘우우~웅’ 무슨 소리인지 통 알아듣지는 못했지만 그때마다 증조할머니가 주는 술지게미를 먹는 재미에 끌려 옆에서 뒹굴거리며 듣곤 했다. 또래 손주들 여럿 중에 유독 나를 자주 불러 앉히셨는데 아마도 나한테 풍류 기질이 보였던 모양이다. 고산 윤선도의 후손이기도 하니까.(허허허)”
-서울시에 ‘아리랑 페스티벌’ 개최를 먼저 제안하고 예산 협찬까지 맡아 치러냈다. 특별한 계기가 있을 법하다.
“지난해 초 중국이 ‘아리랑’을 자국 문화유산으로 등재하려 한다는 소식을 듣고 누구보다 충격을 받았다. 마침 국악의 날을 맞아 명인·명창·고수들이 모인 자리에서 당장 ‘아리랑’ 전문가부터 찾아서 대책을 세우자는 의견이 나왔다. 정확한 실태부터 알아야겠다는 생각에서 전국의 대리점망을 통해 ‘아리랑’ 발굴에도 나섰다. 지금까지 학계에서 찾아낸 37곡보다 훨씬 많은 47곡을 모았다. 다행히 지난해 12월5일 우리 ‘아리랑’이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인정받았지만 안도만 할 일이 아니었다. 이를 아리랑을 더 널리 알리고 사랑하게 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지난 5월 전국아리랑경연대회를 열었고, 3년 전부터 주관하고 있는 ‘서울국제조각페스타’에서도 올해 ‘아리랑 어워드’를 제정해 시상했다. 앞서 4월 ‘아리랑의 창조적 확산’을 주제로 서울시에 페스티벌을 제안했는데 박원순 시장이 흔쾌히 손을 잡아줘 일이 이뤄졌다.”
-시민참여 장기자랑 무대 ‘뽐내라 아리랑’에 외국인을 포함해 567명이 출전한 것을 비롯해, 광화문광장 일대에서 펼친 폐막 퍼레이드도 호평을 받았다. 언론 노출 등으로 크라운해태 쪽에 1천억원대의 홍보효과를 안겨줬다는 평가도 내놓았는데. 조직위원장으로서 페스티벌의 성과를 자평해본다면?
“지난 15년 국악을 배우고 발견하고 즐기고 후원하면서 세계 어디에 내놔도 사랑받을 수 있는 흥과 멋의 음악임을 실감해 왔다. 외국에 나가면 그 우수성을 높이 평가해주는데 정작 우리는 잘 모르고 무시한다. 이번 페스티벌이 더 많은 사람들에게 우리 음악의 가치를 알게 하고 국악인을 비롯한 전통예술인들에게 자부심을 살려주는 작은 씨앗이 됐을 것으로 믿는다. 처음인데다 준비 기간도 워낙 짧아 솔직히 시민들이 얼마나 호응해줄지 자신할 수 없었는데 기대 이상이었다. 앞으로 더 잘해야겠다고 생각했다.”
-페스티벌의 주창자로서 미래 구상을 들려 달라.
“지난 4월 서울시와 ‘국악 활성화와 저변 확대’를 내용으로 포괄적인 업무협약을 맺었는데, 그 대표 시범사업인 아리랑 페스티벌이 성공적으로 진행된 덕분에 박 시장 쪽에서 제안한 ‘아리랑박물관 건립’ 등 후속 사업도 잘 추진될 것으로 기대한다. 조직위원회도 해산시키지 않고 곧바로 내년 행사 준비를 하고 있다. 내년 여름쯤에는 ‘아리랑 캠프’를 열어 젊은이들의 톡톡 튀는 아이디어로 새로운 아리랑을 만들어내도록 하자는 계획도 있다. ‘2018 평창 겨울올림픽’에 맞춰 서울에서 사전행사로 아리랑 페스티벌을 선보이고 싶다. 한국을 대표하는 문화예술축제로 만들어 전 세계인이 꼭 한번 가보고 싶어하는 ‘최고의 축제’로 키워가고 싶다.”
-우리 음악을 들으면 누구나 좋다고는 하는데 정작 국악과 국악인들이 소외된 이유는 무엇일까?
“무엇보다 국악 교육의 부재, 서구 음악에 편향된 음악교육의 책임이 크다고 본다. 교육부 장관을 비롯해 교육 지도자들을 만날 때마다 우리 고유 국악보인 ‘정간보’ 보는 법도 가르치고 민요와 창과 악기를 배우게 해야 한다고 고언하고 있다. 박정희 정권 이래 일부 국악을 관제 행사에 자주 동원하면서 ‘군사문화의 잔재’라는 오인을 받기도 했다. 문민정부 이래 군악대의 대취타를 폐지했다가 최근에야 복원한 것이 대표적이다. 그러다 보니 우리 것에는 무지하고 무시하면서 서구적인 것만 좇는 왜곡된 문화가 만연하게 된 듯싶다. 학교는 물론 언론에서도 비중 있게 다뤄준다면 국악도 진정한 한류 콘텐츠로 각광받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직원들의 예술감성을 높여 경영에 활용하는 이른바 ‘에이큐(AQ·Artistic Quotient, 예술가 지수) 경영’에 국악을 적극 접목하고 있다.
“흔히 ‘아는 만큼 보인다’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더라. 실제로 해봐야 제대로 알 수 있다. 나 역시 뒤늦게 대금을 배워보니 너무 어려워 소금으로 바꾸었지만 나이가 들수록 그 맛을 체감한다. 우리 소리에 빠지면 전율과 함께 신명이 나서 저절로 춤이 나오곤 한다. 그 맛과 감성을 직원들과 더불어 나누고 싶었다. 특히 2005년 해태제과 인수합병 과정에서 노조의 장기 파업 등 진통을 겪은 뒤 이질적인 두 회사의 조직과 직원 통합을 고민한 끝에 예술 체험 프로그램에 우리 음악과 이전부터 아트밸리에서 후원해온 조각가들을 활용하게 됐다.”
-지난해와 올해 두 차례 각각 임직원 100명이 7개월 동안 연습한 ‘판소리 사철가’를 떼창으로 불러 화제를 모았다. 덕분에 ‘에이큐 경영’이 주목을 받고 있는데, 사내 통합에 효과가 있었나?
“떼창만 해도 임직원 대부분이 처음엔 난감해들 했지만 국내 최고 예술인들이 선다는 세종문화회관에서 공연을 성공해내니 자부심이 커졌다. 10년 전 에이큐 경영을 시작할 때도 직원들 모두 당장 업무와 직접 연관이 없다는 생각에 마지못해 따르는 듯했지만 여럿이 함께 예술체험을 해서 뭔가 작품을 만들어내고 나면 표정도 자세도 달라진다. 조각, 시, 악기 등 문화예술 활동을 두루 섭렵하면서 쌓은 상상력과 창의력이 과자 이름 짓기부터 판매대 제품 디스플레이, 마케팅 아이디어 개발에 발휘되고 있다.”
-그동안 ‘별난 경영인’이란 편견도 없지 않았고 아끼던 직원이 아트밸리에서 희생되는 아픔도 있었는데 이처럼 ‘에이큐 경영’을 꾸준히 밀고 나갈 수 있었던 비결이 있었다면?
“‘피드백 장치’를 통해 직원들과 직접 소통하는 기회를 늘린 것이 주효했다. 아트밸리 체험 프로그램을 주말이 아닌 평일에 문화예술 중심으로 진행하게 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요즘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채팅방을 열어 직접 대화도 한다. 새벽 6시쯤 가장 생각과 마음이 청정할 때 떠오르는 아이디어를 아침 출근 무렵까지 기다렸다가 부문별 채팅방에 띄우곤 하는데 즉답들이 많이 온다. 그런 노력들 덕분에 무엇보다 ‘과자’가 더 잘 팔리고 있고 기업 이미지도 좋아졌다. 심리적 가치는 수치로 환산할 수 없다.”
-‘등산 면접’으로 입사도 쉽지 않지만 들어와서도 갖가지 예술을 익혀야 하니 다니기가 더 힘든 회사라고들 한다. 에이큐 경영의 ‘더 큰 그림’은 어떤 것인가?
“신입사원들한테 뭐든 피하지 말고 일단 해보라고 당부한다. 적응하고 나면 좋아들 한다. 그런 에너지를 모아 앞으로 명품 이미지와 젊고 건강해지는 기능성 식품으로 과자를 변신시켜갈 것이다. 많이 팔리는 과자에 그치지 않고, 시인이 만든 과자, 하나의 조각작품 같은 과자, 예술인의 숨결이 담겨 있는 과자, 과자에 꿈과 예술, 사랑을 담아 고객에게 행복을 전하는 기업, 기업인으로 기억된다면 좋겠다.”
▣ 인터뷰/김경애 기자 ccando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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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한겨레 2013년11월04일 / 사회 > 사회일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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